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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남녀동수운동을 시작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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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작성일 23-08-25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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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남녀동수운동을 시작해야 하나

 


1987년 민주화운동과 함께 시작된 여성 정치참여 운동은 2000년 여성할당제의 도입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여전히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를 위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프랑스에서 남녀 동수 공천이라는 부드러운 혁명을 가능케 했던 남녀 동수 철학에서 그 길을 찾아본다. <편집자주>

“ 남녀 동수가 답이다.” 이 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며, 어떤 반응을 보일까.

“헉 이건 무슨 소리야” “너무 이상적인 거 아니야” “현실감각이 완전 바닥이구먼” “무슨 30%도 안 되는데…” “어떻게 50%를…” 등 긍정적 반응보다 부정적이고 냉소적 반응이 더 많을 것이다. 또 이런 생각은 남성만이 아니라 여성들 사이에서도 적지 않을 것이다.

2009년 겨울,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성단체들이 모였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여성 후보 발굴과 지원, 선거제도 개혁을 어떻게 추진해나갈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여성단체들은 향후 연대 활동의 방향을 여성 후보 발굴과 지원보다 제도 개혁에 두기로 하고 범여성단체 모임을 남녀동수연대로 명명했다.

우리도 프랑스처럼 남녀동수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든가 남녀동반선출제를 도입해야 한다든가 하는 제도 개혁 내용이 거론된 적은 있지만 여성단체들이 공동으로 여성 정치참여 운동의 목표를 남녀 동수로 규정한 것은 남녀동수연대가 처음이지 싶다.

남녀 동수는 30%에서 50%로의 양적 확대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남녀 동수는 인류는 하나가 아닌 남자와 여자 둘이라는 종의 이원성에 근거한 새로운 정치철학이다. 성적 차이는 차별의 구실이 되는 것이 아니라 분배의 정당한 근거이므로 대표자가 될 동등한 권리, 즉 권력의 남녀 공유를 주장한다.

남녀동수원칙은 철학적이며 정치적이다. 인간에 대한 사람들의 사유 방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철학적이며 이를 현실 정치영역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분배 방식을 전환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정치적이다. 남녀 동수는 여성을 대표하는 여성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남성들 만큼이나 여성들에게도 공동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을 주는 것에 대한 문제, 즉 민주주의 구성에 관한 문제다.

여성은 남성과 같고, 그래서 정치에 동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줘야 한다거나 여성과 남성은 다르고 그래서 정치 영역에서 부족한 부분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신 남녀 동수는 인간은 추상적 개인이 아닌 남성 아니면 여성으로 태어나므로 남성들 만큼의 여성들이 대의기관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한다.

남녀동수원칙과 운동은 20세기 말 프랑스에서 시작해 21세기의 여성정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장돼 가고 있다. 1982년 여성할당제 위헌 판결 이후 프랑스 여성운동가와 여성단체들은 남녀 동수 정치의 논리를 개발해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그 성과가 1999년 남녀동수헌법 개정과 2000년 동수선거법의 개정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2000년 여성할당제가 도입돼 실시되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세계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할당제에 대해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게다가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증가하자 여성시대를 운운하며 성평등 사회가 이미 실현됐다는 잘못된 인식까지 퍼지고 있다.

우리에겐 인식의 전환을 위한 운동이 필요하다. 왜 50%여야 하는지, 즉 왜 남녀 동수여야 하는지에 대한 한국적 토양에서의 치열한 논쟁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성평등은 여성적 가치가 아닌 보편적 가치로서 남녀노소 모두가 추구하고 실천하도록 하는 새로운 운동, 남녀동수운동을 시작하자.

[이 게시물은 최고관리자님에 의해 2023-12-28 13:51:07 평화하나 여성 둘 포럼에서 복사 됨]